故 김수환 추기경 - 추모 게시판
2009-02-23 4:07 pm
김수환 추기경님을 만나고 오는 길 Benedicto | 673
 
김수환 추기경님

어제 뒤늦게
추기경님이 계시던
명동 성당으로 부랴부랴 갔습니다.

추기경님의
선종을 들은 그날
실은 저는 아무 생각이 없었어요
그런 마음으로 찾아뵙기에도
선뜻 나서지가 않아 그냥 있었습니다

그런데 추기경님의
장례식이 끝나고
텅빈 성당을 생각할 무렵

예전에 어머님과 누나에게
세례를 주셨던 기억과
그 옆에서 아무 것도
모르고 맛난 저녁만 기다린 저
지금 남아 있는 사진 몇장이
기억났습니다
그날은 제가 태어나서
운전자 흉내를 내다가
처음으로 차를 몰아 벽으로 달려간
날이기도 합니다
다행이 저도 차도 벽도
아무런 일없이
추기경님이
계신 그곳으로
갈 수 있었었지요

아마 지금쯤 하늘나라에서
당신의 살아오신
나날을 주욱 되집어
보고 계실것 같아
그 기억 오래전
한켠에 있는
저와 누나와 어머니와
아버지의 모습도
지나가시겠기에
저 또한 그옆에서 추기경님을
느끼고 싶어 한달음에
명동성당으로 달려갔습니다

가기전 이곳에
계시지 않은 추기경님을
찾기 쉽게
추기경님의 글, 사진
영상과 음성을 듣고 갔습니다
짧은 시간 추기경님의 사랑의 말씀에
눈물을 떨구기도
웃기도 하였습니다

가는 전철 안 사람들은
모두 낯설었습니다
전 추기경님과 함께 있는데
저들은 어디에 있는건지..

그렇게 많은 사람
비켜가며 몇년만에
언덕위 맑디 맑게
하늘가에 놓여있는
성당을 다시 보았습니다

예전엔 여느 성당이었던 그곳
오늘은 나의 성당이 되었습니다

추기경님의 마지막
흔적을 찾으려는
이승의 완성을 보려는
저의 마음과 같은
수많은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그 많은 사람들이
모두 진지하고 아름답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숨가쁘게 매시간
이어지는 미사와
종교를 불문하고
서있는 사람들

추기경님으로 인해서
모든 신부님들의
숭고할 인생이
제 까막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였습니다

미사내내
전 노랠 부를 수가 없었습니다
그곳에서 지금 우릴 보고
계실 추기경님을
찾느라 온통 마음 속만
살피고 있었습니다

미사마치고
나가는 길
후문 앞 웅성거리는
사람들 앞에 조용히
머리를 숙이고 기도 중인
젊은 수녀님 한분이 계셨습니다
저도 그 마음 속에
들어가보고 싶었습니다
그곳에서 추기경님을 뵐 수 있을지

지하고해소
조용히 다시 마음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반가운 어머니의
전화로 먼곳에
계신 어머니를
이곳으로 모셔왔습니다
오늘은 어머님의 생신날
내내 우린 추기경님과 축복의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돌아나오는 길
뒤돌아
추기경님이 그렇게
사랑하셨던
종탑과
어제는 없었던
달빛을 마음에
그리며 한없이
보았습니다

추기경님도
이렇게 가시면서
마지막으로 뒤돌아 종탑과
하늘을 보셨겠지요
그렇게 높이
있었던 십자가로
드디어 가는구나 하시면서

죽음을 통해서
사랑하였던 예수님께
무거운 옷을 벗고
훨훨 날아간다는 꿈만 같은 이야기가
당신에겐 평생의 진리셨던
분이시기에

그것을 깨닫고
저는 추기경님의 죽음을
축복해 드릴 수 있었습니다

슬프지 않은
장례식은 너무도 아름다왔습니다

혹 저의 때묻은
마음의 기도로
가시는 길 무거운 길이
되게 했을지
조심스레 걱정을 하며

가시는 길마저 제게
큰 위로를 주심에
다시 한번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내려오는 길목
벽벽마다 걸려 있는
추기경님의 모습들,
그 중 한 사진이
저를 붙잡았습니다
위엄있으신 법정스님과
나란히 앉아계시는 추기경님
아 꿈만 같던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이 보였습니다
가는 한걸음 한걸음이
제 마음을 계속 녹여주고
있었습니다

돌아오는 길
머리가 약간 아파
숨을 가쁘게 내쉬다가
신문 한켠에
케익 앞에 두손 모아
웃고 계신
아기 같은 추기경님을
보았습니다

" 좀 웃고 살지 그려려므나.."
하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추기경님

추기경님께서
제게 주신 사랑의 메세지는
웃음과 그리고 실천입니다

추기경님께서
가실 영원한 천국으로
우리도 갈 수 있게
살도록 하겠습니다

추기경님이 우리나라에
계셨던 것 큰 힘이 되옵니다.